책을 읽습니다.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 한강의 첫 시집을 읽고

살롱 더 시즌 2025. 4. 2. 11:32
반응형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

 

 

 

책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한강이라는 이름을 모를 수 없다. 『채식주의자』, 『소년이 온다』 같은 작품으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고, 2024년에는 노벨문학상을 수상하며 한국 문학의 새로운 역사를 썼다. 하지만 많은 독자들이 그녀를 소설가로만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사실 한강은 1993년 『문학과사회』를 통해 시인으로 등단했다. 즉, 그녀의 문학적 여정은 시에서 시작되었고, 이번에 출간된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는 그녀가 30년 만에 처음으로 내놓은 시집이라는 점에서 더욱 뜻깊다.

이 시집은 한강의 문학 세계를 이해하는 중요한 열쇠가 된다. 그녀의 소설 속에서도 발견할 수 있는 서정적인 감각이, 시집에서는 더욱 농밀하고 본질적인 형태로 드러난다. 우리는 그녀의 시를 통해 시간과 기억, 존재와 부재, 그리고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각들을 더욱 깊이 들여다볼 수 있다.

한강의 시 – 기억과 상실, 그리고 존재의 흔적

한강의 작품을 읽어본 독자라면 그녀의 문체가 남다른 감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잘 알 것이다. 그녀는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것들을 언어로 표현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소년이 온다』에서는 말할 수 없는 아픔과 역사의 비극을, 『흰』에서는 존재의 부재와 죽음을 다루었다. 그런 그녀가 시를 통해 세상을 바라볼 때, 그것은 더욱 본질적인 감각의 세계로 변한다.

이번 시집에서 가장 인상적인 점은 "저녁을 서랍에 넣어 두었다"는 표현 자체가 주는 이미지다. 저녁이라는 시간은 하루의 끝자락을 의미하며, 그 시간을 서랍에 넣어둔다는 것은 마치 지나간 순간을 간직하는 행위처럼 느껴진다. 한강의 시집에서는 이러한 시간과 기억, 존재와 부재에 대한 주제가 계속해서 등장한다.

 

 

 

한강의 언어 – 소설과 시의 경계

한강의 소설을 좋아했던 독자라면 그녀의 시가 익숙하면서도 다르게 다가올 것이다. 그녀의 소설 속에서도 문장은 시처럼 아름답다. 하지만 시는 더욱 압축적이고 직관적인 언어로 이루어져 있다. 소설에서는 인물과 서사를 통해 감정을 전달하지만, 시에서는 언어 자체가 감정이 된다.

예를 들어 『흰』에서는 "흰 종이, 흰 천, 흰 뼛가루…" 같은 반복되는 이미지를 통해 흰색이 가지는 의미를 탐구했다. 마찬가지로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에서도 반복과 여백을 활용하는 방식이 돋보인다. 짧은 문장 속에서도 독자는 많은 것을 느낄 수 있다.

한강의 시를 읽어야 하는 이유

우리는 일상 속에서 많은 글을 접한다. 뉴스 기사, SNS 글, 가벼운 에세이… 하지만 시는 다르다. 시는 단순히 정보를 전달하는 글이 아니라, 감각을 전달하는 글이다. 그리고 한강의 시는 그 감각을 더욱 섬세하고 강렬하게 전달한다.

한강의 소설을 읽으며 그녀의 언어에 매료되었던 사람이라면, 이 시집을 통해 더욱 깊은 울림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그녀의 시는 단순한 감상이 아니라, 오랜 여운을 남긴다. 읽고 나면 한동안 그 문장이 머릿속에서 맴돈다. 그리고 문득 어떤 순간에, 그녀의 시구가 떠오르는 경험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

 

 

 

결론 – 한강의 시, 우리 마음속 작은 서랍에 넣어두다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는 단순한 시집이 아니다. 그것은 기억과 감각을 보관하는 하나의 서랍과도 같다. 우리는 종종 어떤 기억을 간직하고 싶을 때, 그것을 서랍 속 깊이 넣어두곤 한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문득 그 서랍을 열어볼 때, 그 기억은 다시 우리 앞에 모습을 드러낸다.

한강의 시집을 읽는 경험도 그렇다. 한 편 한 편의 시는 마치 작은 서랍 속에 담긴 기억과 같다. 우리는 그 시를 읽으며 저마다의 감정을 떠올리고, 지나간 시간과 마주하게 된다. 그것이 기쁨이든, 슬픔이든, 혹은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이든 간에, 한강의 시는 우리 마음속 어딘가를 건드린다.

그녀의 문장을 좋아했던 사람이라면, 이 시집을 놓치지 말자. 그리고 조용한 밤, 서랍 속 작은 기억들을 꺼내듯이, 그녀의 시 한 편을 천천히 읽어보자. 어쩌면 그 시 속에서, 잊고 있던 우리의 저녁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른다.

 

반응형